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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생각과 활동

(탈모예방)탈모를 예방하고 소중한 머리카락을 지키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찾아서. 2탄! <고행주 참빗 장인을 만나다>

(탈모예방)탈모를 예방하고 소중한 머리카락을 지키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찾아서. 2탄! <고행주 참빗 장인을 만나다>

이상근 얼레빗 장인과 헤어지고서 이번에는 전라남도 담양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빗인 참빗의 무형문화재 고행주 장인이 살고계시고 지금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분의 아드님이 기술전수자로서 대를 이어가고 있는데, 제가 찾아 뵙고 우리의 빗에 대한 좋은말씀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약속을 승낙해주셨습니다.

 

 담양으로 향하는 동안, 참빗에 대한 어릴적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대부분이 거의 같은 추억일텐데, 제가 국민학생(지금은 초등학생이라고 하죠)일때만 해도 한창 이, 서캐가 많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곧장 어머니나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참빗질을 당하기 일쑤였는데, 촘촘한 참빗살에 이나 서캐나 빠져나오면 손톱으로 터트려 죽이고 나서야 뭔가 개운함을 느낄수 있었죠. 머리맡에서 이 서캐가 터지는 소리를 들으면 오싹오싹하면서도 가려움의 고통이 줄겠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징그러운 얘기지만 그땐 다 그랬습니다. 어릴적 할머님이 사용하던 참빗이 저에게도 유용한 물건이 되었는데 오늘 그 참빗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장인을 만난다고 하니 왠지 참 친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요즘도 초등학교에 이 서캐가 돌아서 여전히 참빗이 많이 사용된다고 하니 어쩌다 그런일이 있나 싶으면서도 우리의 전통 빗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아이들이 참빗을 알고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담양에 도착하여 <고려공예>를 찾아가니 기술전수자이신 아드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와준게 더 고맙다며 군고구마며 배즙을 건네어주시는데 참 뿌근하고 넉넉함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도착할 당시가 오후 4시 40분은 되었는데 그때도 한창 참빗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주문량에 맞추려면 하루종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해봤자 30여개 남짓 만드신다고 합니다. 옆에서 만드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으니 하루에 그 정도밖에 못만들겠다 싶더라구요. 모든 작업이 다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하다못해 접착제까지도 일일이 아교풀을 만들어서 사용하신다고 하니 단순하고 소박해보이던 참빗이 대단한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저렇게 애써 만든 참빗 하나가 만몇천원대에 팔린다니 그게 더 안타까웠습니다. 꼭 비싸게 팔려야하는건 아니지만 저런 애정 속에 태어난 참빗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참빗을 싸게 산다는게 오히려 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기술전수자이신 둘째 아드님의 모습 ; 내일 택배나갈 빗을 마저 다 만들어야 한다며 한창 작업중이셨습니다)

 

 담양의 참빗이 유명한건 좋은 대나무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얼레빗 장인이 계룡산 근처에 계시는게 좋은 대추나무가 많아서라고 했듯이 좋은 참빗도 좋은 대나무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나무 살을 일일이 깍고 말린다음 수작업으로 일일이 실로 엮어가며 간격을 맞추고, 아교풀을 발라서 고정시킨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참빗살을 염색하고 또 건조하는데 이러는데도 또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다 건조되고 나면 빗살의 간격을 다시 잘 잡아주고 참빗살이 너무 날까롭지는 않은지 사포로 닦아 주며 확인한다고 합니다. 참빗 하나를 만드는데 60여번 이상의 의 공정을거친다고 하는데 그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수 있었습니다.

 왜 아직도 아교풀을 번거롭게 만들어서 사용하냐고 물으니 화학본드로 고정하면 대나무살이 트고 간격이 틀어진다고합니다. 간격이 틀어지면 머리카락을 정갈하게 손질할 수 없기에 지금도 아교풀을 고집하신다는데 '저런게 장인의 마음가짐이구나' 싶었습니다.

 

  내일 택배로 나갈 물량을 다 만들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서며 작품용 참빗도 구경하고 무형문화재이신 고행주 어른도 뵙고 가라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따라 나섰습니다. 고행주 어른을 직접 뵈니 정말 꽉찬 단단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수십년을 자신의 분야에 매달려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어서인지 그 기운 자체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런 분이 따뜻하게 맞이해주며 서울 올라갈 때 간식하라고 삶은 밤 넉넉히 싸주실때는 한없이 감사하고 그 인간미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얼마전 전시회에 출품했던 참빗이라며 보여주시는데 참빗도 저렇게 예쁘게 만들어질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카메라 배터리며 핸드폰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사진을 찍어올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보고있는 동안 우리의 참빗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사진을 직접 찍지 못해서 http://cafe.daum.net/korea0art 에서 퍼왔습니다)

 

 이제는 참빗도 사용하는 사람이 편리해야 한다며 손잡이 길이가 길어진 거, 한쪽면만 참빗살이 있는 거, 색깔이 화려한 거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는데 하나씩 포장을 하셔서 저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현제 제 한의원에 잘 전시해두었는데 환자분이건 손님이건간에 제일 먼저 우리의 빗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빗들이 대부분이어서 우리의 전통빗이 설자리를 잃어가는게 정말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렇게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하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러웠습니다.

 

 제 글이 그분들이 열정과 장인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뿐이며, 이 글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우리의 전통 빗이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