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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생각과 활동

유기농 오미자를 찾아서..

안녕하세요 이문원입니다. 

저는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이 평소에 무엇을 먹으면 좋냐고 물을 때마다 “오미자”를 자주 언급합니다.

 

유기농 오미자. 한창 익어가는 모습

 

오미자는 다섯 가지의 맛(신맛, 단맛, 매운맛, 짠맛, 쓴맛)을 가지고 있고, 오장(五臟: 간, 심, 비, 폐, 신)을 두루두루 건강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보약재 중에 하나인데요.

특히 모발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폐장,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차로 만들기도 쉽고, 색과 맛이 좋다 보니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쉽죠.

이렇게 장점이 많아서 저도 해마다 9월이면 햇 오미자로 오미자청을 만듭니다.

오미자는 8월말~9월중순 무렵에 빨갛게 익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바로 수확해야 하고, 따자마자 바로 오미자청을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새 상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1년 중에 이 시기가 불과 2~3주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아서 이 때가 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수확한 유기농 오미자의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

 

그런데 갈수록 유기농 오미자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일일이 퇴비와 자연비료를 만들어서 토양의 질을 개선해야 하며, 해충피해도 최대한 자연적인 방법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유기농 오미자를 볼 때마다 재배하신 분의 수고로움과 정성, 열정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감사할 뿐입니다.

올해는 경상북도 문경지역에서 2012년도부터 유기농으로 오미자를 재배해온 부부의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서울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문경은 국내에서 오미자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지역입니다. 문경 오미자는 조선시대 때부터 임금에게 보내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오미자는 해발 500~700미터의 준 고랭지 산간지역이면서 건조하지 않고 배수가 잘 되는 토지에서 잘 자라는데 문경이 이러한 조건에 딱 들어 맞다보니 수백 년 전부터 이 지역 오미자가 유명해진 것입니다

문경 동로면의 농장을 찾아가는 동안 여기저기서 오미자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한창 수확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여름의 양기(陽氣)를 가득 머금은 붉은 색의 오미자를 보면 탐스럽고 하나 따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농장에 들어서자, 수확한 오미자를 다듬고 있는 농장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오미자 차부터 한잔 내어주시는데 따뜻한 정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오미자차 한잔을 마시고 나서는 오미자 농장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이곳은 2012년도부터 유기농법으로 오미자를 재배했다고 합니다.

먼저 토양부터 바꿔야 했기에 사과, 유황으로 만든 액체비료를 뿌려주고, 또 즙으로 짜고 난 오미자 찌꺼기와 근처 저수지에서 잡힌 배스(민물고기)를 퇴비로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만 7년을 이렇게 해와서 이제 토양은 거의 완성된 것 같다고 합니다.

 

 

농장주가 일일이 액체비료며 퇴비들을 보여주는데, 매년 저걸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였을까 하는 생각에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유기농법으로 만들어진 부드럽고 푹신한 토양

 

특히 “해충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쫓아 내는 것” 이라는 말씀에선 자비로운 마음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다들 유기농법을 포기하는데 선생님은 계속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 나는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또 자연을 생각하면 유기농법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농장주의 대답에 사명감 같은 소신이 느껴졌으며 내년에도 유기농 오미자를 맛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농장은 오미자 수확을 위해 잡초를 베어내기 전까지는 온갖 잡풀이 같이 자란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오미자 재배지 안에는 두더지, 뱀이며 지렁이, 여치, 메뚜기, 참새, 오리 등 다양한 생물들이 다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오미자 재배지 옆에 심어놓은 배추는 메뚜기들의 식사거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춧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정말 유기농이 맞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창 익어가는 오미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여기저기 벌레 먹고 그 모양도 들쭉날쭉했지만, 한 알 따서 먹어본 순간,

입안에서 단맛, 신맛, 매운맛, 짠맛, 쓴맛까지 다 느껴지는데

“이래서 오미자 라고 하는구나..” 하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흔히 오미자 차 하면 새콤달콤으로 표현되는 신맛과 단맛이 강조되고, 저도 오미자 청을 만들 때 쓴맛 매운맛은 덜 나도록 하지만, 생 오미자의 매운맛은 정말 독특하면서도 감춰두기엔 아까운 맛이었습니다

마치 생 와사비의 매운 맛과도 비슷했습니다. 매운 듯 하면서도 청량감 개운함이 함께 묻어나는….

이걸로 오미자청을 만들면, 100일 후엔 어떤 맛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잘 익은 오미자를 다같이 수확하는 동안, 온 몸에서 땀이 흘렀습니다.

농장주는 “ 오미자를 키우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가 곧 좋은 오미자를 결정합니다. 키우는 사람의 땀이 거름이 되고 비료가 되는 것이죠” 하고 하며 깊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제가 필요한 오미자를 수확하면서, 한 알의 오미자도 가볍게 여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농장 부부의 노력과 열정, 사명을 꼭 다른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만간 영상으로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유기농법을 포기하지 않고 정성들여 가꾸는 두 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농장을 나서려는데, 집 앞에서 키운 고추라며 한 소쿠리 따서 주시고는 또 얼마 전에 담근 겉절이 김치인데 맛없어도 가져가서 먹으라고 건네주셨습니다.

따뜻한 정과 인심을 차 안에 가득 담아 서울로 오면서 내내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유기농 오미자를 맛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과 안도감, 사람의 정과 행복감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오미자청을 만들 때도 한 알도 허투루 다루지 말고,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야겠다는 사명의식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 오미자청을 담그고 나면, 약 100~120일 후에 완성이 될 텐데요 벌써부터 기대감이 큽니다..

 

아, 그리고 농장에 침입한 멧돼지와 싸워서 얼굴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는 장군이..

 

농장에 침입한 멧돼지 싸워서 얼굴에 상처가 많다는 장군이

 

다행이 싸움에서 이겨서 농장을 잘 지켜주었다고 합니다. 장군이가 아니었다면 농장 일부가 망가졌을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녀석 덕분에 제가 좋은 오미자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