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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9/4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화병-

 

9/4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화병-

진행 : 이문원 한의학 박사

우리는 오래 전부터 <화병> 이라는 말을 종종 쓰고 실제로 진료할 때도 화병이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울화가 치민다”, ”열불이 난다”, “속 터져 죽겠다등등 화병을 떠올릴 수 있는 말들을 자주 하곤 합니다.

 

화병은 해소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어떤 갈등이나 충격이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야기하면서 몸이 불편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화병은 오랜 세월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통용되는 질병개념이지만 다른 동양문화권 나라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는 우리 민족 특유의 정신질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학계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요, 1995년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는 화병을 한국 민속 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설명되며,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라고 정의하면서 우리말 발음 그대로 화병이라고 영문 표기하여 정신의학 용어로 공식 등재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화병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약자에 속하는 여자나 주부에게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빈부의 격차가 더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증폭됨에 따라 중년 남성이나 젊은 세대에서도 발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화병이 있으면 얼굴이 잘 달아오르기도 하고 가슴이 뛰고 아프기도 하며 목이나 가슴에 마치 뭐가 걸린 것 같은 신체적 증상과 함께, , 분노, 우울, 허무, 비관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의 치료를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스스로 더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화병은 한의학적으로 목화토금수 오행의 기운 중 화의 기운이 강해져서 나타나는 일련의 신체반응입니다. 즉 해소되지 못한 심적인 갈등이나 충격 분노가 화의 기운을 치솟게 해서 화병이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전에는 화병을 완전히 없애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약물치료나 심리상담치료, 운동이나 다양한 행동요법 등을 통해서 증상을 많이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병이라는 게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고, 가족과 직장, 사회환경, 문화적 요소 모두 관여되어 있는 바라서 우리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비로서 우리 민족 특유의 정신질환이 없어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