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환자분의 어머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환자분이 심하게 배가 아프고 고열과 구토를 호소한다며 혹시 한약때문인지, 아님 다른 문제때문인지, 식중독인건지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오셨습니다.
그동안 한약을 먹으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한번도 불편을 호소한 적이 없고 바로 며칠전까지도 건강한 모습으로 한의원에 오셔서 치료도 받았기에 한약의 영향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으나 사회적으로 한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불신이 퍼져있는 현실 속에서 한의사인 제가 한약의 영향이 아니라고 해도 아마도 어머님의 마음속에는 한약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았을꺼라고 생각되어졌습니다.
아니 실제로 한약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약이라는게 아무리 안전하게 만든다해도 일부 환자에게서는 개별적인 특이성도 있을 수 있어서 함부로 부작용이 없다고, 절대 해로운게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응급실로 가는 길이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제 마음도 편하지 못해서
저녁무렵 다시 전화를 드리니 검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해서 저도 월요일쯤에 다시 연락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월요일에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결과는 A형 바이러스성 간염이었습니다.
잠복기때나 간염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감기와 거의 유사해서 감기인줄 알고 감기약과 한약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감기증상이 안낫고 점점 심해져서 다른 병원에 갔다가 큰 병원
가보라는 말에 토요일이라 응급실로 갔었다고 하더라구요..
간염이 있는 상태에서 감기약과 한약을 동시에 먹다보니간에 부담을 줬던 것 같다고 대학병원에서 얘기해줬다면서 당분간 A형 간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얼마전 인터넷에서 A형간염이 유행한다고 보긴했는데 막상 제 환자분이 걸렸다고 하니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말 속좁게도 한약이 원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내심 다행이다 싶었었고 또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거 자체가 많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한약이 이럴땐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는건지 한의사로서 답답하기도 했고, 실제로 한약이 간염이 있는 그 순간엔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줬을테니 환자분께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제 환자니까요...
그동안 한약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정말 나름대로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왔었고,그래도 환자분들 앞에서 나름 자신감이 있었지만
의사는 1~2%의 부작용이나 특이반응에 대해서도 항상 염두해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항상 잊지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인이 어떠하든 지금 그분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마음이
결코 편하지가 않습니다.
한의사로서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할 점, 진료시 주의해야 할 점들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환자분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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