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문원의 생각과 활동

[이문원원장컬럼] 혈액에 지방이 많을수록 탈모가 잘 생긴다!



남성탈모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환자분들 사이의 비슷한 특징을 보게 되는데, 대체로 살이 좀 쪄서 통통하거나 그 이상이고, 술자리가 잦으며, 입술색이 좀 어두운 편이다. 피부는 매끄럽기 보다는 좀 거칠기도 하다.

  이러한 분들을 한의학적으로 진료하면 체내의 불필요한 노폐물인 습(濕), 담(痰), 습열(濕熱), 어혈(瘀血) 등이 유난히 더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습이나 담은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정상적으로 대사되어 쓰일 만큼 쓰이고서 나머지 불필요한 대사물질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사물질이 피하나 복강에 쌓이면 그게 비만인 일으키는 것이고, 부종을 야기하기도 한다. 근육 내에 쌓이면 근육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간에 달라붙으면 지방간이 되기도 한다. 혈액 내에 쌓이면 혈액이 탁해지고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 각종 저림증이나 감각이상,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습열(濕熱)은 습이나 담이 쌓여서 일으키는 증상이 마치 열을 동반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때 표현하는 진단명이다. 예를 들어 피부에 화농성 염증이 생겨 붉어지고 열나고 아플 때가 습열(濕熱)인 것이다.

  어혈(瘀血)은 혈액이 탁해져 있거나 비정상적인 혈액을 의미하며 이렇게 탁해져 있다보니 혈액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습(濕), 담(痰), 습열(濕熱), 어혈(瘀血)이 체내에 많아지면 신체의 정상적인 생리기능은 떨어지게 되고 점차 질환이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증상 중에 하나가 바로 탈모인 것이다.

  특히 혈액내에 또는 피부 아래에 습, 담, 어혈이 많아지면 혈액과 모근세포와의 물물교환이 잘 안되면서 모발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점차 탈모나 지루성피부염, 모낭염 등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한방에서 탈모를 치료할 때 초기엔 꼭 습담이나 습열, 어혈을 먼저 제거해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해주는 걸 일차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한의학적인 견해가 양방의학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방의학에서는 관상동맥질환과 남성탈모와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보는데,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인자 중 특히 혈중 지질농도의 변화가 남성형 탈모와 연관성이 많다는 연구보고를 종종 내놓고 있다. 혈중 지질이라 하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인지질, HDL, LDL을 의미하는데 그 중에서도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보다 연관성이 많은 것으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의 발생기전이나 작용기전은 한의학에서 보면 마치 습이나 어혈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1954년 영국의 Gertler 등이 처음으로 안드로겐성 탈모와 관상동맥 질환과의 상관성에 대해 조사한 이후로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20여편 이상의 비슷한 연구내용이 발표되었다, 즉,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 비해 탈모가 잘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를 보면 탈모와 연관성이 많겠다 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한번 살펴보면, 흡연,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비만, 지질대사 이상, 남성, 유전적 인자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혈중 지질농도의 변화와 탈모와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최근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내의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탈모의 정도가 심할수록 혈중지질농도가 더 높아지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한방이나 양방이나 탈모를 이해함에 있어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방법이나 용어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은 비슷한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탈모하면 한약재 중에서도 하수오를 떠올린다.

  한방에서는 하수오 모발의 성장동력이 되는 정혈을 보충하면서도 습을 제거해주는 효능이 있어서 실제로 탈모치료에 응용하는데, 하수오의 약리학적 기전을 살펴보면 장의 콜레스테롤 흡수량을 감소시키고 콜레스테롤이 간장 내에 침착하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이 있어 그에 따라 동맥경화를 완화하고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래저래 한의학이나 양의학이나 같은 맥락을 형성하는 것 같다.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서 이제는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데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탈모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질환도 예방하고 성인병도 막을 수 있을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