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5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구증구포편-
진행 : 이문원 한의학 박사
요즘 시중에서 건강관련식품이나 한약재, 차 등을 구입하다보면 구증구포 했다는 문구를 자주 보게 됩니다. 구증구포란 찌고 말리는 과정을 아홉번 반복했다는 건데요, 왜 이렇게 쪘다 말렸다를 반복했던 걸까요? 그리고 꼭 9번을 다 해야 하는 걸까요? 사실 꼭 9번을 찌고 말려야 하는건 아닙니다. 아홉이란 숫자는 “많다, 크다”는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에 구증구포란 찌고 말리고를 많이 반복했다는 뜻이고 찌고 말리고를 반복할수록 좋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약재를 찌고 말리다보면 많은 정성과 수고로움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지곤 하는 것이죠.
그럼 왜 구중구포를 했을까요? 이건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약재의 성질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구증구포를 했던 가장 큰 목적은 부작용이 완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질이 찬 약재는 찌고 말리면서 차가운 성질이 줄어듭니다. 성질이 따뜻한 약재는 더욱 열이 많아지는 것이구요. 그리고 몸을 보해주는 기능도 더욱 강해집니다. 그래서 구증구포를 한 약재들을 살펴보면 성질이 많이 차거나 부작용이 뚜렷한 약재 또는 보약재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구증구포를 하는 대표적인 약재를 꼽으라면 숙지황과 인삼, 하수오를 들수 있습니다. 숙지황은 생지황이라는 약재를 구증구포한 것입니다. 생지황은 성질이 많이 차가워서 혈열이 넘쳐서 생기는 코피나 출혈질환에 지혈제로 쓰이고 피부가려움을 줄여주는데요 반면에 차가운 성질 때문에 소화장애가 잘 생겼습니다. 이 생지황을 찌고 말릴수록 성질이 점차 따뜻하게 바껴가고 혈을 보하는 효능이 강화됩니다. 색깔도 달라지는데요 생지황은 밝은 황갈색을 띤다면 숙지황은 끈적이는 검은색을 띱니다. 찌고 말리고를 반복할수록 검은 빛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그 색을 보고 몇번 찌고 말렸는지를 가늠해서 값을 메기기도 했습니다.
인삼을 찌고 말리면 청취자 분들도 잘 아는 홍삼이 됩니다. 인삼 속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이 더 강화되고 새로운 성분이 만들어져서 최근에 많이 연구되는 약재이기도 합니다 하수오도 구증구포를 하면서 황갈색에서 어두운 갈색으로 바뀌고 몸을 보하는 효능도 더 강해집니다.
그런데 찌고 말린다는건 결과적으로 청국장이나 메주처럼 발효를 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성질이 바뀌는 것인데요 몸에 더 유익하게 바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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