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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6/19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열 받는 시대" -

 

 

오늘은 열 받는 시대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얼마 전 제 진료실에 30대 후반의 남성분이 내원하셨는데요, 최근 들어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면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머리 속에서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없었고 올 봄에 건강검진을 할 때만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 다만 스트레스검사에서 스트레스지수가 높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 초에 승진하면서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부하직원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화가 잘나고 짜증이 많이 늘면서 앞서 말한 증상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진료를 다 하고 나서 이분에게는 한의학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과 간장의 화기가 치받아 올라서 그런 증상이 생긴 거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각기 다르겠지만 결국은 자꾸 화가 나고 그 화기가 조절이 안되다 보니 어느 순간 몸에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현대인들이 열 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아졌고 나이가 들수록 더하죠..

 

그런 경쟁사회에선 분노와 좌절 또한 커지기 쉽다 보니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신문을 보면, 분노조절이 안되어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볼 수 있는데, 이건 한 개인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사회적 환경이 그런 상황을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한국 사람들은 음주량도 많은 편인데, 술은 대표적인 열성 식품이어서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니 몸과 마음에 자꾸 불이 붙는 거라고 볼 수 있죠..

 

이런 현대사회를 살다 보면 누구나 열 받기 쉬울 거라고 봅니다. “열 받는다” “화가 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데, 알고 보면 참 한의학적인 말이면서 인체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굉장히 불쾌한 상황에 처하면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열이 나며 눈이 충혈되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죠. 이런 모습이 마치 불이 난 모습과 같다 해서 열 받았다, 화가 난다라는 표현을 하는 건데요.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 말이지만 몸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죠..

 

그래서 이렇게 열 받고 화가 나다 보면 결국은 자신의 몸도 병들게 되니, 무엇보다 화를 잘 다스리는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다만 그게 약물이나 과음을 이용한 방법이어선 안되고 보다 건전하고 유쾌한 방법이어야겠죠..

 

열 받는 시대에 열 안받는 게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