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생활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환자-
진행 : 이문원 한의학 박사
며칠 전 20대 후반의 여성 환자분이 제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이 환자분은 최근 2달 동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자주 어지러우며 피부도 많이 건조해졌다고 합니다. 또한 생리량이 현저히 줄어서 이젠 거의 안 하는 정도이고 밤에 잠도 잘 못 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약간의 빈혈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한의원을 찾았다고 하셨습니다.
환자분의 생활상태를 점검해보니 최근 4개월 동안 체중감량을 해왔고 그래서 8kg을 줄였는데, 현재 164cm 46kg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자신은 살이 쪄있는 것 같아서 2kg을 더 빼려 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체중을 줄였는지 물어보니, 아침 저녁은 고구마 1개와 우유만 먹고 점심은 회사식당에서 먹으며 운동은 원래 싫어해서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불면증이 있어서 자주 수면제를 먹어왔는데 요즘은 약을 먹어도 약효가 없어서 종종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셔서 잠든다고 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몸에 이상이 생길 법 했습니다. 진찰결과 이 분은 과도한 체중조절과 음식섭취 부족으로 인해 체내의 정혈과 진액이 현저히 줄어서 자궁과 피부, 뇌, 모발을 자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월경, 어지러움, 피부건조, 불면증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치료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안내해드리고는 무엇보다 체중감량을 중지하고 음식섭취량을 늘려야 하며, 술 대신에 운동을 해서 잠을 청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환자분이 자신은 다이어트를 중지하고 싶지도 않고, 운동도 하기 싫다며 약을 강하게 지어서라도 약으로 치료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제일 난감한데요, 병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약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건 치료효과도 떨어질뿐더러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러나 환자분은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한약을 지어달라고 하시고는 돌아가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건 간에 약만 먹어도 다 괜찮아질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병이 생기는 원인의 상당부분은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마음자세에서 비롯된 건데 이런 점을 무시하고 약물이나 특정 치료에만 의지해서는 병이 낫기도 어렵고 나았다 해도 다시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때로 먹기 싫은 걸 먹어야 하고, 하기 싫은걸 해야 하거나 또는 하고 싶은걸 하지 말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9/14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체했을 때- (0) | 2012.09.15 |
---|---|
9/13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가을의 특성- (0) | 2012.09.14 |
9/11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다낭성난소증후군- (0) | 2012.09.12 |
9/10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아토피의 한방치료- (0) | 2012.09.11 |
9/7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산후탈모- (0) | 2012.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