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7 TBS 교통방송 한방백과 - 추석때 볼수 있는 약재들 은행 탱자 호도 모과
진행 : 이문원 한의학 박사
곧 추석명절이 다가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추석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에 갔었는데요. 성묘를 하기 위해 시골길을 걷다 보면 우리가 약재로 사용하는 몇몇 열매들이 길가에 많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런 게 어디에 쓰이는지, 몸에 어떻게 좋은지도 몰랐었고 그냥 어른들이 따니까 옆에서 거들었었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다 “유기농 약재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게 탱자열매였습니다. 탁구공만한 크기에 노랗게 익어있는 탱자는 보기만 해도 신맛이 느껴져서 침이 나오곤 했었는데요, 이게 지각이라는 약재입니다. 탱자는 익지 않았을 때 즉 5~6월에 채취하면 지실이라 불리고, 가을에 다 익어서 채취하면 지각이라고 불리는데요 소화를 촉진하고 체기를 풀어주며 감기치료에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기운을 밑으로 내려주는 하기 작용이 있어서 기침이나 구역감, 스트레스성 변비에도 자주 쓰였습니다.
또 은행나무엔 은행이 많이 열려있는데요, 은행이 풍년일 때는 나뭇가지가 꺾여서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은행은 냄새가 나는 게 흠이지만 그 은행열매 안에 들어있는 과실은 쫀득거리고 독특한 풍미가 있어서 약재로나 음식으로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은행은 가래를 삭혀주고 기침이나 천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데요, 다만 독성이 있어서 생으로 먹어서는 안되고 익히거나 구워서 먹어야 합니다. 익히거나 구워도 많이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 설사 구역감 등의 독성반응이 있을 수 있어서 하루에 10알 이상 먹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호두나무에도 호두가 한창 열려있는데요, 녹색의 겉껍질을 벗겨내면 딱딱한 갈색의 호두가 나오고 그 안에 호두육이 있습니다. 저도 녹색의 겉껍질을 벗기느라 손이나 옷에 녹색의 호둣물이 들 곤했는데요, 옷에 물들면 안 지워져서 어머님께 많이 혼나곤 했습니다. 호두는 그 모양이 사람의 뇌와 닮았다고 해서 뇌기능에 좋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영양가가 풍부하고 뇌기능을 향상시켜주는 노화방지식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모과도 추석 때면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생긴 건 못생겼지만, 독특하고 시원한 향이 좋아서 방향제로도 쓰이고 얇게 썰어서 설탕에 재워두었다가 차로 마시면 감기에도 좋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데도 좋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다 보니 저도 잠시 추억에 젖게 되는데요,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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